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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작가 2인]윤희일 경향신문 선임기자 / 이상권 작가 2021-03-22 12:07:59
작성자  동문회보 webmaster@hanyangi.net 조회  162   |   추천  5

책으로 사회에 질문을 던진 동문 작가 2인을 만나다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건드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은 펜으로 날카롭고도 정확하게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다. 결국 온갖 사회문제는 인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윤희일 경향신문 선임기자와 이상권 작가는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얘기들을 책을 통해 전한다. 자살, 간병살인, 환경과 자연, 동물, 인간의 이기심 등에 대한 이야기다.


- 윤희일 경향신문 선임기자

 



 

 

소설 ‘코스모스를 죽였다’는 치매에 걸린 아내와 그런 아내를 ‘코스모스’라 부르며 헌신적으로 돌보는 남편의 이야기다. 간병살인(간병에 지쳐 돌보던 사람을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라는 생소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 작품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부부의 절망과 애틋한 사랑을 그려내면서, 이러한 현실이 개인적 비극을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윤희일 동문은 경향신문에서 30년간 기자 생활을 했다. 도쿄 특파원 시절 치매 환자들의 사례와 간병살인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한국 사회 자살 문제를 다룬 그의 또 다른 소설 ‘십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는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 번역 출간됐다.

우리나라에서 간병살인을 소재로 한 소설은 보기 드물다.

“2014년부터 3년간 일본 특파원으로 있었다.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간병살인이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 2014년 말 마음을 울리는 간병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이듬해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처음엔 기자로서 간병 현장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르포(보고기사)를 구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쓰면 단지 여러 가지 사례를 나열하는 데 그칠 것 같았다. 아픈 가족을 바라보는 보호자의 감정을 당사자 입장에서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소설로 썼다. 탈고하기까지 5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교환일기라는 형식을 차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전문의 자문을 들으니 치매 환자에게 좋은 치료법 중 하나가 일기를 쓰게 하는 거라더라.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 그 날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때문에 병세가 악화되는 걸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 속 아내의 치료를 돕는 장치로 교환일기를 가져왔다. 남편이 아내와 함께 지내면서 겪은 일을 일기로 써서 주면, 아내가 그걸 읽고 기억이 온전할 때 답을 쓰는 식이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없는 사람도 간병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세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소설을 쓰면서 겪어보지 못한 상황과 심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할 때마다 나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집중했다. 제가 살면서 느끼고 공감한 것을 살려 글을 쓰면 독자에게도 같은 감정이 전달된다고 믿는다. 물론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순간도 많았다. 아내가 치매에 걸려서 정신이 온전할 때 자기를 죽여달라고 한다면, 혹은 우리 둘 다 치매 환자라면 어떤 기분일지 최대한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인물의 감정을 써내려갔다.”

정부가 치매 가정의 고통과 부담을 국가 차원에서 덜어주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7년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했다. 당연한 일이고 적극 지지한다. 문제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요양병원 입원을 극구 꺼리는 환자가 있다는 점이다. 아픈 가족을 맡길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원치 않는 환자나 보호자가 있는 이유는 요양병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양병원에서 인권 유린, 의료비 과잉 청구 문제가 종종 발생하지 않나. 치매 환자를 위한 의료제도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의료시설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자살, 간병살인 등 주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썼는데.

“사회부 기자 생활을 오래 하면서 많은 죽음을 접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자살, 간병,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닌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해 관심을 갖게 됐다. 다음에는 ‘행복한 죽음’에 대한 책을 내고 싶다.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웰 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자살과 살인의 아픔을 다뤘다면, 이젠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죽음을 준비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앞으로의 꿈은.

“‘코스모스를 죽였다’를 출간하고 주변에서 이 이야기가 연극 또는 드라마화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연극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동문이 만들어주시면 더 좋겠다.”

글=김이재 학생기자 ㅣ 사진=최윤원 기자


 

- 이상권 작가

 



 

어머니는 야윈 다람쥐를 보고 먹이를 주었다. 그 후 다람쥐는 어머니를 계속 찾아왔고, 어머니는 계속 먹이를 주었다. 다람쥐는 보일러실 술독에서 새끼를 낳았고, 어머니는 더욱 정성스럽게 다람쥐를 보살폈다. 새끼 다람쥐들은 운 좋게 술독에 새끼를 낳은 고양이의 젖을 먹고 살았다. 새끼 다람쥐는 자신을 다람쥐가 아닌 고양이로 알고 자라난다. 하지만 야생동물의 본능을 잃어버린 새끼 다람쥐들은 결국 다 죽고 한 마리만 살아남는다. 어머니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다람쥐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이상권 작가가 쓴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의 내용으로, 인간 중심적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과서에 실린 첫 생태소설이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를 보면 동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어머니가 겪은 체험담으로, 포식자인 고양이가 어미를 잃은 새끼 다람쥐를 키운다는 놀랍지만 단순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이 깨닫기 힘든 사실이 담겨 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똑같은 가치를 가진 하나의 생명이라는 거다.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생명체는 인간뿐이다. 인간만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자신들끼리만 영원히 살아가려 한다. 이 소설은 그런 인간을 풍자하기도 한다. 자연이 본연의 습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도울 때 인간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를 포함해 ‘새박사 원병오 이야기’, ‘아름다운 수탉’ 등이 교과서에 수록됐다.

“제 소설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연달아 수록됐다. 2018년 새 교과과정에서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전편이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재밌는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다가, 그 속에 담긴 생명의 가치를 알아차리면서 다른 반응을 보이더라. 이 소설 때문에 고등학교에 강연을 많이 나가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생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다음 교과서 개편에서는 더 많은 생태소설이 수록되길 바란다. 우리 모두 환경, 자연,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학교 교육에서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그런 소설을 쓰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삶이란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른들이 보는 소설도 그들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성장소설인 셈이다. 다만 청소년 소설만큼 주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시간전달자’라는 작품은 부동산 투기로 들끓는 이 나라의 현실은 풍자한 소설인데, 조상들에게 아름다운 숲을 물려주겠다고 약속한 어른들이 돈 앞에서 철저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청소년소설로 불리지만 성인들이 읽는 소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학교에 강연을 많이 나가는데,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항상 힘들어한다.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사실 잘 모른다. 그래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선배로서 이런 세상을 물려줘서 무조건 미안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난 청소년 시기에 자존감이 없었다. 대학에 가서 작가를 지망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1%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꿈이라도 가졌던 것이 나를 버티게 했다. 그래서 꿈이 중요하다. 이룰 수 없어도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은 찾아오는 게 아니니 찾아가라고도 얘기한다. 그럴수록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다음 소설에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지구는 인간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풀과 나무, 숱한 생명들의 땅이다. 오직 인간들만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친 지금도 인간들은 바이러스와 싸우려고 할 뿐 자기반성이 없다. 자연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이보다 더 무서운 것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계속 인간들의 욕망을 풍자하고 진정한 생명의 가치를 찾아가는 글을 쓸 계획이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할 것이다.”

글=김채린 학생기자 ㅣ 사진=본인 제공

 

[출처] [동문 작가 2인]윤희일 경향신문 선임기자 / 이상권 작가|작성자 한양대동문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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