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클래식은 멀고도 가까운 존재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정작 어떤 곡인지는 잘 모를 때가 많다.
드라마, 영화, CF 등에 삽입된 클래식과 그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조자경 학생기자
<마제파>는 ‘초절 기교 연습곡(E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의 12곡 중 제4곡으로, 리스트가 빅토르 위고의 서사시 ‘마제파’에서 영감을 얻고, ‘이반 스테파노비치 마제파(Ivan Stepanovich Mazeppa)’의 강인한 성격에 공명해 작곡한 교향시다. <마제파>는 우크라이나의 전설적인 영웅 마제파의 일생을 다룬 곡이다. 마제파는 폴란드 국왕의 궁정 하인으로 일하던 중 백작 부인과의 불륜 사실을 들켜 황야로 추방당했고, 이후 우크라이나 군에 입대해 우크라이나의 독립 운동을 이끄는 영웅으로 거듭났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는 어긋난 욕망으로 가득 찬 인물들의 복수를 그린 이야기다. 극중 천서진(김소연 분)은 불륜을 저질러 청아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될 위기에 처하지만, 아버지 천명수(정성모 분)의 죽음을 방관함으로써 자리를 지킨다. 천서진이 염원하는 자리를 얻으며 느끼는 희열과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이 혼재된 표정으로 <마제파>를 연주하면서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불륜을 저지른 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천서진은 마제파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떠오르게 한다.
▲엠마누엘 데스팍스(Emmanuel Despax), Live at Wigmore Hall, London(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