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을 통해 친숙한 길거리 음식부터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요리까지 경험할 수 있다.
문학 속 음식은 독자를 깊이 끌어들이고 오감을 깨어나게 한다.
강승민 학생기자
‘우동 한 그릇’은 우리나라에서 감동적인 일화로 유명한 일본 소설이다. 세 모자가 매년 섣달 그믐날 밤 가게를 찾아와 우동 한 그릇을 시켜먹는다. 이 모습을 본 가게 주인이 두 그릇을 내어주면 티가 날까 걱정하며 한 그릇 반 양의 면을 넣어줬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동’으로 번역됐지만, 사실 원작에서의 음식은 우동이 아닌 소바(메밀국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해에 떡국을 먹듯이, 일본에서는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다. 이 특별한 소바를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라고 부르며, 우리말로 직역하면 ‘해 넘기기 소바’다. 토시코시소바는 지역이나 취향에 따라 따뜻하게 혹은 차갑게 먹기도 하는데, 소설 속 등장한 소바는 따뜻한 국물에 말아먹는 방식이다.
소바는 다른 면 음식과 다르게 뚝뚝 끊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런 식감 때문에 소바를 먹는 것은 ‘새해로 넘어가기 전, 지난 1년간의 액운을 끊어낸다’는 의미를 지닌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동지에 팥죽을 먹는 풍습과 비슷하다. 또 가늘고 긴 모양 때문에 ‘장수를 기원한다’는 뜻을 갖기도 한다.
구리 료헤이 <우동 한 그릇>
매년 섣달 그믐날은 우동집으로서는 일 년 중 가장 바쁠 때다. 북해정 역시 이날은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평소엔 밤 12시가 되어도 거리가 번잡한데 이날만큼은 밤이 깊어질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10시가 넘으면서 북해정도 손님이 뜸해졌다. (중략)
…
“저……, 우동…… 일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
주문을 받은 주인은 그들을 슬쩍 바라보며 “예, 우동 일인분”하고 대답하고는 우동 한 덩어리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 삶았다. 둥근 우동 한 덩어리가 일인분이다. 손님과 아내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는 주인의 배려로 넉넉한 양의 우동이 삶아진다.
[출처] [이야기로 만나는 문학 속 음식]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작성자 한양대동문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