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글이 없는 역사책과 같다. 문화재가 품고 있는 건축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옛 선조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민경산 학생기자
창덕궁은 동아시아 궁궐 건축의 교과서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창덕궁의 아름다움은 비정형적 조형미에 있다. 창덕궁은 경복궁보다 다채롭고 조화롭게 설계됐다. 창덕궁 정문과 정전은 일직선상에 놓여 있지 않다. 최소 두 번 이상 방향을 바꿔야 정전에 도달할 수 있다. 창덕궁 내부의 인정전을 둘러싼 마당은 남북이 긴 반면, 인정전 바깥 행랑으로 둘러싸인 마당은 동서가 길다. 이 같은 다양성 덕분에 창덕궁을 관람하다보면 풍부한 시선 변화와 공간의 율동감을 느낄 수 있다.
창덕궁은 빼어난 후원을 자랑한다. 후원은 조선의 왕과 왕비들이 여가를 즐겼던 정원이다. 후원 건축의 핵심은 어울림의 미학이다. 숙종이 특히 사랑했던 애련지와 누각의 조화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경치가 일품이다. 자연을 변형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한 건축 기법이 창덕궁의 아름다움을 더욱 끌어올렸다.
창덕궁은 왕이 사랑한 궁궐이다. 창덕궁에는 자연을 친구로 여겼던 옛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인간과 자연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조선의 풍류(風流)를 멋지게 담아낸 건축물이 완성될 수 있었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위협하는 지금, 공존의 미덕을 알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길 때다.
참고 자료 : 창덕궁 깊이 읽기(김동욱 외 9인,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