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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식 사단법인 ‘온기’ 대표 2021-07-20 13:51:19
작성자  동문회보 webmaster@hanyangi.net 조회  2460   |   추천  136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손편지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

 

조현식 사단법인 ‘온기’ 대표


 

노란 지붕의 우체통 앞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사람들의 고민을 담는 ‘온기우편함’이다. 이 우편함에 고민과 함께 편지를 받을 주소를 적어 넣으면, 3~4주 뒤 정성스러운 손글씨로 쓴 답장을 받을 수 있다. 우편함은 총 8개. 서울 삼청동과 덕수궁 돌담길, 신림동·노량진 고시촌, 어린이대공원, 명동 우표박물관, 두 곳의 콜센터에 온기우편함이 설치되어 있다. 온기우편함을 운영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온기’의 조현식 대표를 만났다.

 

 



 

‘온기’는 2017년 시작해 올해 5년차에 접어들었다. 현재까지 ‘온기’가 받은 고민 편지는 1만여통에 달한다. 지금도 매주 120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편지 수는 더욱 늘었다. 편지를 보내는 이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20~30대, 10명 중 6명꼴이다. 취업과 진로, 우울감, 연인과의 이별, 인간관계, 어려운 가정 형편 등 다양한 고민이 들어온다. 온기우편함에 직접 편지를 넣어야만 답장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온기’ 사무실로 편지를 보내거나, 홈페이지에 고민글을 남겨도 된다. 다만 지금도 너무 많은 편지가 오고 있어 온라인 창구는 크게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고민 편지에 답장을 쓰는 사람들은 조 대표를 포함해 ‘온기우체부’라 불리는 170여명의 자원봉사자다. 20대 대학생부터 60대 전업주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안부를 묻고, 격려하기 위해 매주 ‘온기’ 사무실에 둘러앉아 답장을 쓴다. 고민 편지들을 책상에 쏟아놓고 읽어보면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 답장을 써내려간다. 비슷한 경험을 겪거나 같은 고민을 해본 온기우체부가 쓰는 편지는, 답장을 받는 사람의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힘이 있다.

조 대표가 온기우편함을 처음 구상한 시점은 모교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 있다. 어린 시절 그를 키워준 할머니의 죽음이었다. “사람이 사람과 나누는 온기, 슬픔을 위로하고 기쁨을 함께하는 마음을 강조하던 분이셨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삶과 사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그러다 군에 입대해 읽은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영감을 얻었다. 편지로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소설 속 잡화점 주인의 우편함에 착안해 온기우편함을 설치했다. 처음에는 이를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에 제대 후 무작정 시작했다.

 



 

“처음 온기우편함을 만들고 ‘일주일에 10통만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편지가 꾸준히 많이 오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외롭거나 마음이 아플 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어 힘들어 한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 사회는 내게 안부를 물어보지 않는 사회구나, 그럼 온기우편함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죠.”

조 대표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과 ‘온기’를 설립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협업을 제안하러 찾아간 곳에서 ‘그런 걸 왜 하냐’, ‘누가 고민을 쓰겠냐’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하나둘씩 취업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조 대표를 다잡아준 것은 온기우체부였다. “제가 너무 힘들어서 답장을 쓰지 못할 때도 온기우체부 분들이 늘 자리를 지키며 힘이 되어주셨어요. 누구보다도 ‘온기’의 가치를 사회에 전하고 싶어 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이게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흔들리면 ‘온기’도, 온기우체부도 흔들린다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더 많은 분들과 온기를 나눌 수 있게 된 지금은 더 이상 후회하지 않아요.”

힘든 시간을 버틴 덕분에 기회가 찾아왔다. 점점 더 많은 언론이 온기우편함에 주목하면서 후원도 늘어났다. 우정사업본부 산하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 ‘온기’에 먼저 연락해 편지지와 우표를 무상 제공하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최근에는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서 독거노인을 돕는 자원봉사자 6만여명의 심리 지원에 협력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조 대표는 앞으로 다른 기관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조 대표는 매일 온기우체부 모임에 참석한다. 처음 온기우편함을 시작할 때의,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해 편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문득 그에게도 고민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가 털어놓은 고민은 ‘온기의 성장’이었다. 언제까지 ‘온기’를 이끌 수 있을지, 자신이 대표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자문하곤 한다. 하지만 불안하거나 초조하진 않다. 늘 해오던 일에 무기력을 느끼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온기’ 운영자로서 너무도 당연한 고민임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일을 한다. 그건 바로 ‘온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조 대표는 오는 10월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수익 사업도 가능해진다. 그간 ‘온기’가 답장한 편지들을 묶어 책으로 출간하거나, 일러스트 편지지와 엽서 등 자체 굿즈 제작, 일반 사기업과도 협업의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그는 온기우편함이 ‘누구나 언제든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지금처럼 고민에 손편지로 답장하는 형태를 넘어 온기를 전하는 다양한 위로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그의 꿈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온기우편함을 세우고, 오프라인 위주였던 온기우편함의 활동 영역을 온라인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누구나 외로움이라는 큰 덩어리를 마음속에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위로가 필요한 순간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온기우편함, ‘온기’였으면 좋겠습니다.”

글=강승민 학생기자

사진=최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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