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 스웨덴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매년 가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보다 흥미로운 건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

이문수 학생기자

미국의 수학자 존 내시는 1950년 발표한 ‘비협조적 게임(Non-cooperative Games)’ 논문에서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이라 불리는 개념을 정립해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제시한 ‘내시 균형’은 당시 주류였던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 사람의 협력이 서로에게 최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선택으로 결국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죄수의 딜레마’는 내시 균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다. 존 내시는 1950년 22살의 나이로 이 논문을 발표했는데, 노벨상을 받은 해는 1994년이다. 왜 44년이나 걸렸을까.

​

존 내시의 천재성은 어린 시절부터 드러났다. 그는 고등학생 때 대학교 강의를 들었고, 카네기멜론대학교에 장학생으로 들어가 화학에서 수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19세에 학사와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했다. 이후 2년 만에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3세부터 MIT에서 강의했다. “이 학생은 천재입니다”라는 지도교수의 박사 과정 추천서는 존 내시가 수학에 얼마나 두각을 나타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

그러나 30대부터 존 내시는 조현병에 시달렸다. 그는 빨간 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려는 공산주의자라는 망상을 하고, 대사관에 공산주의자들이 정부를 세우려 한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존 내시는 수년을 정신병원에 갇혀 지냈다. 30여년 투병 끝에 1990년대 조현병에서 벗어났고, 노벨상위원회는 그가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가 내시 균형을 발표한 지 한참 지나서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노벨상위원회가 조현병 때문에 고심을 거듭한 까닭이었다.

​

다행히 존 내시의 주변에는 조력자들이 있었다. MIT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얼리샤 라드’가 그중 하나였다. 존 내시의 조현병 때문에 이혼했지만, 얼리샤는 이혼 후에도 그의 곁을 지키며 30년 넘게 한결같이 간호했고 2001년 결국 재혼했다. 존 내시가 프린스턴에서 연구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던 것도 얼리샤의 헌신 덕이었다. 또 그의 프린스턴 동료였던 ‘헤럴드 쿤’은 존 내시의 병력 때문에 수상을 고심하던 노벨상위원회를 끈질기게 설득하기도 했다.

​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신비로운 헌신적 사랑이었습니다.” 존 내시의 일생을 담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대사는 그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출처] [Behind Nobel Prize]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존 내시(John Nash)|작성자 한양대동문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