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소재 업계의 히든 챔피언,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발돋움
이상린 마크로케어 대표이사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세계 굴지의 화장품 기업들이 찾는 화장품 소재 기업이 있다. 이상린 대표가 18년간 이끌어 오고 있는 ㈜마크로케어가 바로 그곳이다. “우리 회사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에스티로더가 우리 제품을 사용해 화장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마크로케어가 화장품 업계의 R&D 오리엔티드(oriented) 비즈니스로는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이 대표는 1970년대 초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중앙연구소 재료연구실 연구원으로 입사 후 기술관리실장, 기반기술연구소장, 생화학부문장 등 주요 직책을 거치며 현장에서 실력을 쌓았다. 프랑스, 중국 등 각국 공장을 건설, 관리, 감독하며 세계를 누볐고, 국내 주요 공장들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아 실력을 입증했다. 그는 “치약 신제품을 개발하러 뉴욕의 콜게이트 본사에 갔을 때 뉴저지까지 헬기를 타고 가서 공장을 둘러보고 온 기억이 난다”며, 국내 화장품 업계의 산증인으로 걸어온 생생한 일화를 전했다.
마크로케어를 창립한 이 대표는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해외 시장을 향해 꾸준히 수출길을 열었다.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동료나 후배가 운영하는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보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수출에 중심을 둔 전략은 직접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경험으로 다져진 이 대표에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과 계약을 맺은 마크로케어는 입지를 점차 넓혀갔다.
2002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마크로케어는 다양한 국제규격인증을 취득, 특허를 확보해 기능성 화장품 원료 및 식품 첨가물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다국적 기업은 물론 LG생활건강, 동서식품, 동아제약 등의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회사의 명성은 꾸준히 높아졌다. 2012년에는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고성장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2016년에는 500만 달러 수출탑을 달성했다. 충청북도가 선정하는 스타기업 중에서도 해외 수출 비중이 높아 사업 모범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재작년에는 첨단 설비를 갖춘 8000㎡ 규모의 제2공장을 증평 산업단지에 완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마크로케어는 연구 개발을 중시하는 회사다. 제품의 품질과 성능만이 지표가 되는 업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우리나라에 기술 중심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태평양에 입사했을 당시, 화장품을 만들 때 쓰는 원료의 수입 비중이 95%를 차지했습니다. 지금은 비중이 조금 줄었지만, 아직도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얼마 전 있었던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는 우리나라에 주는 함의가 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산업 각 분야에 마크로케어와 같은 소재 중심 강소기업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이 대표가 약 50년간 세계 곳곳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은 그의 무기다. 당연한 현상에 의문을 갖고 연구하는 일은 연구자로서의 오랜 습관이다. “저는 항상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연구합니다. 손자가 모기에 물리는 것을 보고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스마트 텍스타일을 개발하거나, 환절기에 비염으로 고생하는 직원이 숲속에선 괜찮아지는 것을 보고 피톤치드를 옷에 장착하는 실험을 해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는 과학적인 관점에 인문학적 사고를 더해 더욱 넓게 주변 현상을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70세가 넘은 나이지만 아직 그에게는 이루지 못한 목표가 남아 있다. 매출액 400억원을 달성하고 1000만달러 수출을 이뤄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목표를 이뤄냈을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찾아오는 공허함도 크다는 것이죠. 저는 계속해서 다음 목표를 세우고, 이루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나이를 먹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다음 목표는 마크로케어를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땐 마음 놓고 여행을 하며 쉴 수 있을 것 같네요.”
글=이혁기 학생기자
사진=이봄이 기자
[출처] 이상린 마크로케어 대표이사|작성자 한양대동문회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