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만들고파”
황현 모노트리 대표
미국 빌보드차트 정상을 차지한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현재 K-Pop은 단순한 열풍을 넘어 세계 음악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리듬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 아이돌 음악이 수많은 커버곡과 챌린지(가수의 원곡을 편곡해 자기 스타일로 부르거나 안무를 따라 추는 것)를 양산해내면서 해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K-Pop의 달라진 위상에 힘입어 국내 대중음악 작곡가의 활동 반경과 인지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독보적인 음악색으로 사랑받고 있는 황현 모노트리(Monotree)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모교 작곡과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황 대표는 처음부터 대중음악 작곡을 결심하진 않았다. “3학년 때 아는 선배를 통해 정재형 선배님께서 영화음악 어시스턴트를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조건이 오케스트라 악보를 볼 수 있는 클래식 전공자였기 때문에 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가요 스트링(현악기) 편곡도 알바처럼 병행하다 보니 점차 대중음악 쪽으로 마음이 기울더라고요. 조금씩 번 돈으로 장비를 사서 혼자 곡을 만들고, 기획사에 데모곡(작곡가가 방송 관계자에게 들려주기 위해 시연용으로 만든 곡)도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이쪽 업계에 뛰어들었죠.”
황 대표는 지금까지 동방신기, 소녀시대, 엑소 등 유수의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부터 갓세븐, 러블리즈, 골든차일드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곡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작곡과 더불어 전담 프로듀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17년 데뷔한 보이그룹 온앤오프의 프로듀싱을 맡은 지도 4년째다. 프로듀싱은 단순히 곡을 만드는 걸 넘어 그룹 마케팅 차원에서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제작에도 참여하는 작업이다. “아이돌 음악은 퍼포먼스가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안무가 나오면 같이 회의를 하거나 안무에 맞춰서 곡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어요.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에 들어갈 또 다른 곡을 제작하기도 하고, 음악방송이 있는 날이면 라이브 모니터링까지 함께합니다.”
하나의 곡은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표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보통 소속사의 의뢰를 받아서 진행돼요. 회사에서 앨범에 담고 싶은 메시지를 추상적인 이미지로 알려주면 그에 맞춰 이 가수에 어울리는 곡을 쓰죠. 여기에 가이드 녹음(가수가 곡의 음정과 박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미리 녹음하는 것)을 얹어 데모곡를 만드는데, 이때 완성곡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세심하게 작업해요. 이후 가수와 본 녹음을 마치면 곡을 다듬는 과정을 반복해 세상에 공개하죠.”
가수가 아닌 작곡가가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지는 건 가수 출신이거나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흔치 않다. 하지만 황 대표는 남달리 마니아층이 두터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작사·작곡한 아이돌 앨범의 수록곡 가운데는 타이틀곡만큼이나 팬들에게 회자되는 노래도 상당하다. 애틋한 짝사랑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샤이니의 ‘방백’이라는 곡이 대표적이다. “저는 온 국민이 알 만한 히트곡은 없어요. 그런데도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죠.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남들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곡을 써왔어요. 그러다 보니 저만의 색깔을 유독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노력해서 대중적으로도 널리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황 대표가 하는 일은 그저 작곡뿐만이 아니다. 그가 이끄는 모노트리는 국내 유일의 작곡가 매니지먼트사다. 2014년 동료 프로듀서인 G-high, 이주형과 함께 뜻을 모아 설립했다. 모노트리는 일반 엔터테인먼트사에 연예인들이 소속되어 있듯이 작곡가의 권리 보호를 위한 회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곡가 대부분이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꾸준한 수입을 창출하기 힘들어요. 당장 대출이 필요해도 4대 보험 적용이 안 되니 곤란할 때가 많죠. 또 큰 프로젝트는 혼자서 하기 벅차기 때문에 사람을 모아서 크루(crew) 식으로 작업하곤 하는데요. 크루 특유의 형-동생 문화에서는 부당한 일이 있어도 친분 탓에 터놓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걸 막으려면 법에 근거한 계약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법인을 세워서 작곡가와 계약하고 이들을 정직원화했죠. 뮤지션이 사회 제도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모노트리는 소속 작곡가들의 모든 저작권을 맡아서 관리한다. 작곡가가 곡을 내면 권리출판사로서 연대보증을 비롯한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회사 차원에서 대응한다. “프리랜서는 스스로 모든 걸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소속 프로듀서나 작가들이 음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황 대표는 “모노트리의 목표가 곧 개인의 목표”라며 작곡가가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음원 제작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모노트리는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는 시스템이에요. 저희가 성공해서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글=김이재 학생기자
사진=최윤원 기자
[출처] 황현 모노트리 대표|작성자 한양대동문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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