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세계에서 살아남은 3人과 재회
수많은 고비 넘기고 꿈을 이룬 이들의 생존기
국내 신생기업 중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의 비율은 약 29%다. 5년 전 창업한 기업 10곳 중 지금은 단 3곳만 살아남았단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1년 생존율도 65%에 불과하다. 실제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 낮다.
본보는 지난 10년간 인터뷰한 업력 5년 미만의 스타트업을 조사했다.
그들 중 아직까지 살아남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3명의 대표를 다시 만났다.
국내 최고 신용카드 전문사이트로 우뚝
고승훈 고릴라디스트릭트 대표
“한국 최고의 완성형 카드 포털을 만들고 싶다.” 고승훈 고릴라디스트릭트 대표가 8년 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고릴라디스트릭트는 신용카드 전문사이트 ‘카드고릴라’와 럭셔리 항공·호텔 콘텐츠 미디어 ‘프레스티지고릴라’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카드고릴라는 국내 모든 카드사의 상품을 비교해볼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신용카드 비교 전문 사이트로 거듭났다. 2010년 고 대표는 잘 다니던 카드회사를 그만두고 카드고릴라를 창업했다. 스타트업 전성시대라지만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고, 살아남는 건 더욱 힘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카드고릴라가 만든 카드 순위 차트인 고릴라차트는 언론에서 신용카드를 소개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지표가 됐다. 그에게 카드고릴라와 함께한 10년을 들었다.
카드고릴라는 8년 전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나.
“카드고릴라는 많이 성장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았는데, 매출액도 10배 정도 증가했고 사이트 트래픽도 전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늘었다. 대략 45만명이 매월 카드고릴라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조회수도 매월 450만회 정도 된다. 직원도 현재 20명 가까이 되는데, 8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다.”
카드고릴라에서 그치지 않고 럭셔리 항공·호텔 콘텐츠 미디어인 프레스티지고릴라를 2008년 론칭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과거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는데 정말 힘들었다. 역에서 노숙은 기본이고 일부러 장거리 기차를 이용해 숙박비를 아끼며 여행했다. 그 후로 비용이 좀 들더라도 안락하고 여유롭게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없는 돈을 모아 좋은 호텔에서 자고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 항공편을 타보니 정말 좋더라.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소위 럭셔리 여행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전문성을 갖춘 에디터들이 서비스를 리뷰하고 평가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왕 돈을 쓰기로 결심했으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호텔에서 자고 더 편안한 비행기 좌석에 앉는 것이 좋지 않겠나. 프레스티지고릴라는 협찬을 받지 않기 때문에 더욱 투명한 후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사업 초창기에 우리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20~30개 있었다. 그렇게 많던 업체들이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고 카드고릴라가 살아남아 업계 최고가 됐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지 못할 정도로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나는 직원들 월급날이 가장 행복한 CEO인데, 넉넉히 급여를 주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때는 정말 속상했다. 말 못할 어려움이 정말 많았지만 카드에 대한 열정, 사랑으로 지금까지 카드고릴라를 지켰다. 하나의 목표를 갖고 힘든 고비를 함께 이겨낸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스타트업을 이끌어온 선배로서, 미래의 CEO를 꿈꾸는 한양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드를 사랑한 것이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카드에 대한 열정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변에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돈이 목적이었던 사람들이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더라. 나는 내가 원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외부 투자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나 싶다.”
앞으로 더 이루고픈 일이 있다면.
“먼 미래까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우선 사옥을 옮길 예정이다. 최근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 늘어서 이에 필요한 넓은 스튜디오도 마련하고 싶다. 카드사나 호텔, 항공사와 협업할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그래서 요즘은 커피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멋진 사옥이 완성된다면 동문들을 초대하고 싶다. 함께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다.”
글=이혁기 학생기자
사진=최윤원 기자
소비자 중심의 화장품 시장 선도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
화장품 소비 행태가 변화하고 있다. 발색, 발림성, 지속력 등을 중요시했던 과거와 달리 제품의 성분, 원재료, 상품평을 상세하게 확인하고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체크슈머(Check+Consumer)라고 부른다. 화장품 브랜드가 주도하는 공급자 중심의 시대는 끝났다. 모든 개인이 전문가가 됐다.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는 “한국 소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각자 취향과 선호도는 다르지만 개인의 솔직한 리뷰는 글로우픽 앱에 소중한 데이터로 저장된다. 이를 통해 글로우데이즈는 신뢰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리뷰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 중심의 화장품 시장으로 유쾌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글로우픽을 보고 화장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화장품에 대한 투명한 후기와 순위를 제공하고자 오랜 시간 노력했다. 글로우픽은 8000개 브랜드, 10만개 제품에 대한 350만개 리뷰를 확보했다. 글로우데이즈의 모든 사업은 화장품 리뷰 플랫폼 글로우픽에서 시작된다. 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광고사업과 유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본보와 만났을 당시와 비교해 현재 얼마나 성장했나.
“글로우픽은 2014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해 6년 만에 350만개의 화장품 리뷰를 보유한 대표적인 화장품 리뷰, 랭킹 플랫폼이 됐다. 직원이 20명에서 50명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매출 30억원을 달성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글로우픽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던데.
“글로우픽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파트너 브랜드들과 함께 활용하는 방안에 집중했다. 신세계백화점 시코르 매장의 글로우픽존이 대표적인 예시다. 글로우픽 카테고리별 순위에 따라 편집 매대를 운영하고, 그중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브랜드는 정규 매대로 운영한다. 글로우픽에서 검증된 제품을 직접 또는 위탁 판매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 소비자들이 인정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해 중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 진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일본 유명 화장품 회사 앳코스메와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를 유치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비결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데이터’다. 제품 정보, 리뷰 정보, 클라이언트 수 등 초기에는 데이터 양이 적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리뷰플러스’라는 B2B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빅데이터, 머신러닝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두 번째는 한눈팔지 않는 것이다. 오랜 시간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했다. 트렌드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단기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대표로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마치 결승선이 정해지지 않은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
글로우데이즈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글로우데이즈는 화장품 시장이라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 최종 목표는 글로우픽을 바탕으로 화장품 브랜드들에 ‘Full-scale Value Chain’을 제공하는 것이다. 글로우픽 소비자들의 집단지성을 모아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궁극적으로 우리만의 가치를 담은 제품을 만드는 게 글로우데이즈의 미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최현진 학생기자
사진=최윤원 기자
스마트팜으로 농업생태계 바꿔
김혜연 엔씽 대표
화분 하나가 농장이 됐다. 6년 전 본보와 만났을 때 김혜연 엔씽 대표 앞엔 IoT 기술을 적용한 화분 하나뿐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농업과 IoT를 연결해 스마트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농업과 IoT의 생소한 조합에 의구심을 품었던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마트팜은 큰 성공을 거뒀다. 농사를 지을 때 삽과 호미 대신 스마트폰이 필요한 세상이 왔다.
사무실이 멋지다. 6년 전엔 ERICA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서 만났는데.
“사무실 말고도 많은 것이 변했다. 2014년엔 화초관리시스템 ‘플랜티’를 만들었는데, 이젠 연 생산량 30t 규모의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엔씽은 스마트팜을 목표로 했다.”
스마트팜이라면 IoT를 이용해 외부에서 여닫고 온습도 체크하는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을 말하는 건가.
“우리나라 스마트팜은 대부분 그런 방식이다. 문제는 온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환경조건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컨테이너를 생각했다. 컨테이너에 재배시스템을 적용해 채소를 키우는데, 자동으로 환경을 제어한다. 컨테이너 내에 작업공간, 출하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농사를 지으려면 넓은 땅이 필요한데, 컨테이너는 위로 쌓아 올릴 수 있어 쉽게 확장이 가능하다. 미세먼지 등 오염된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이점이다. 우리는 이걸 ‘플랜티 큐브’라고 부른다.”
원격이 아니라 자동 제어 시스템이라면.
“자율주행자동차를 생각하면 쉽다. 바질을 키우고 싶으면 플랜티 큐브 운영 플랫폼에서 바질을 클릭하면 된다. 그럼 수확할 때까지 바질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각각의 농작물이 잘 자라는 조건에 대한 자료는 이미 많다. 그 조건을 스마트팜에서 실제로 구현하는 게 어려웠다. 농업, 제조업, IoT 등 1~3차 산업이 섞여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성공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가장 큰 위기는.
“항상 위기다. 농담이 아니라 매일이 힘들었다. 창업을 해본 사람들은 이해할 거다. 2017년 여름 플랜티 큐브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는데 그 직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플랜티 큐브를 팔지 않는다. 국내에선 우리가 직접 플랜티 큐브에서 재배한 채소를 팔고, 해외에선 파트너사에 컨테이너를 판다. 작년 7월 중동으로부터 요청받고 테스트 재배를 했는데 성공적이었다. 현재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테스트 진행 중이다. 중동은 농산물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어느 정도 규모로 플랜티 큐브를 운영하고 있나.
“작년부터 연 30t 수확이 가능한 재배 컨테이너 10동을 운영 중이다. ‘투뿔등심’, ‘블루밍가든’, ‘부처스컷’ 등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SG다인힐을 비롯한 프리미엄 레스토랑에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 균일한 품질과 가격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 고객사들은 만족하고 있다. 또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우리나라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식물을 실험 재배하고 있다. 플랜티 큐브는 완벽하게 성장 조건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6년 전 인터뷰에서 미래엔 화성(Mars)에 농장을 지을 거라고 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당장은 화성 전에 전 세계 도시마다 우리 농장을 짓고 신선하고 깨끗한 채소를 계절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공급하는 게 목표다. 국내에선 재배컨테이너 100동, 수확량 연 300t 규모의 대규모 농장을 지을 계획이다.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앞으로는 마트나 가공제품 등 B2C 시장에도 진출하고, 제약이나 화장품 기업에도 우리 농작물을 공급할 생각이다.”
글=이봄이 기자
사진=최윤원 기자
[출처] “창업은 시작일 뿐… 새로운 목표 향해 끝없이 달려”|작성자 한양대동문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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