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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그 동산을 계속 점유해 사용하던 기회를 이용해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가 2021-09-28 14:09:02
작성자  동문회보 webmaster@hanyangi.net 조회  620   |   추천  122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그 동산을 계속 점유해 사용하던 기회를 이용해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가

 

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주식회사 OO을 운영하는 피고인은 피해자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으면서 골재생산기기인 ‘크라샤’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자 중소기업은행이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위 크라샤를 성실히 보관·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해당 크라샤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해 피해자 중소기업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이 경우 피고인은 피해자 중소기업은행에 대하여 배임죄의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가?


 

 

 

 

 

 

 

 

위 사안에 대하여 1심과 2심은 모두 배임죄의 유죄를 인정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상고를 제기했다. 사안의 핵심은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그 동산을 계속 점유해 사용하던 기회를 이용해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참고로 우리 형법은 배임죄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횡령죄와 마찬가지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355조 제2항).

그동안 우리 대법원 판례는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해 일관되게 배임죄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즉,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되 점유개정에 의하여 채무자가 이를 계속 점유하기로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른바, 약한 양도담보가 설정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경우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의연 소유권을 보류하게 되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므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829 판결 등)’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대법원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그 범위를 좁게 보고 있다.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에 목적물인 ‘동산(인쇄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 즉 ‘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는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고(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그 이유는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거나,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그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있어서는 여전히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즉,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에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양도한 행위, 이른바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는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그 이유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동산 이중양도, 부동산이나 동산의 대물변제예약이나 이중저당 등의 경우에는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계약(약정)에 의해서 발생하는 의무는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하여 상대방(채권자)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는 것에 불과해 그 경우의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위 사례에 대하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동산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을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가 동산담보권이 설정된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는 채권자가 동산담보권을 취득한 다음 담보권설정자가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유지 의무 등은 담보물에 대한 교환가치를 보전할 의무로서의 내용과 성격을 갖기 때문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로 보아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있다. 다만, 위 사안에서는 배임죄에 대한 해당 여부를 묻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횡령죄와 사기죄를 구성하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실제로도 횡령과 사기로 처벌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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