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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서울경찰청 검시조사관 2022-01-24 13:07:04
작성자  동문회보 webmaster@hanyangi.net 조회  3108   |   추천  270

사건 현장에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사람들

1차 사인규명으로 사건 해결의 이정표 제시

 

김진영 서울경찰청 검시조사관




 

11월 4일은 ‘과학수사의 날’이다. 1948년 내무부 치안국에 감식과가 신설된 날을 경찰청이 과학수사의 날로 정했다. 과학수사의 날이 생긴 지 73년이 되는 올해 경찰청은 처음으로 ‘베스트 검시조사관’을 선정했는데, 김진영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검시조사관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 동문은 2012년부터 검시조사관으로 근무하며 2019년 인도네시아 한인 타살 의심사건의 사인을 규명한 데 이어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변사사건 7건에서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는 등 주요 사건 해결에 기여했다.

김 동문은 11년째 서울경찰청 검시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검시조사관이란 변사자와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범죄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 해부학, 병리학 등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과학수사 기능에 배치된 요원이다. 영화, 드라마 등 방송에 주로 등장하는 부검의와 혼동하기 쉽지만 그들의 역할은 다르다. 검시조사관은 가장 처음 사건 현장에 출동해 사체를 살피고 주변 상황을 조사해 1차 사인규명을 한다. 이들은 사건을 병사나 사고사, 자살로 종결할 것인지, 타살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할 것인지 초동 수사 방향을 잡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부검 필요 여부를 결정하거나 형사나 유족이 사망 과정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학적인 설명을 제공하기도 한다.

김 동문으로 인해 수사 방향이 자살에서 살인으로 바뀐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청산가리 소주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뤄 유명해졌다. 2015년 내연녀가 소주에 청산가리를 섞어 내연남의 아내를 독살한 사건이다. 자살로 처리될 뻔했지만 김 동문이 아내의 사체에서 독극물의 흔적을 찾아 부검을 제안했고, 수사를 진행해 사건의 내막을 밝혀낼 수 있었다. “청산가리는 산이기 때문에 피부에 닿으면 탄 흔적이 생깁니다. 피해자의 입술에 선홍빛 상처가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립스틱 자국이라 여겼죠. 하지만 다른 사건에서 청산가리로 인한 비슷한 부식 자국을 본 적이 있어서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는데 청산가리를 먹고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또 주변 CCTV를 확인해보니 사망 당일 내연녀가 피해자 집에 출입한 기록이 있었고, 신용카드 내역까지 조사한 끝에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2014년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가수 신해철 사망 사건도 김 동문이 담당했다. 신해철이 지난 2014년 10월 17일 복통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복강경으로 위장관 유착박리술과 위 축소술을 받고 10일 뒤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후 담당의가 복강경 수술 과정에서 심장에 구멍을 내는 실수를 한 일이 밝혀져 대법원은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대형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김 동문은 수술 절차나 의학용어, 의료기록 등에 익숙해 사건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당시 병원 측이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던 의료 기록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을 비롯해 여러 의료사고를 담당하면서 고려대 대학원에서 의료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금도 꾸준히 의료법뿐만 아니라 법의학 관련 논문을 쓰며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동문은 현재 강동·송파·수서경찰서 관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루 평균 5번 정도 사망 사건에 출동하는데, 인터뷰 직전 근무일에 그는 24시간 동안 10번 출동했다고 한다. 2005년 경찰이 처음 전문적으로 검시조사관을 선발하기 시작했을 무렵엔 중요한 사건에만 투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사망 사건에 검시조사관이 출동한다. 전문성 확보로 사인규명의 정확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레 사건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시조사관의 판단사인은 법의관의 최종 판단사인과 95% 가까이 일치할 정도로 신뢰성이 높다. 검시조사관은 일정 자격을 갖춘 임상병리사 또는 간호사 면허증 소지자들을 주로 선발하는데, 채용된 후 국과수에서 6개월간 실습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된다.

수년간 경험을 쌓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검시조사관이라고 할지라도 하루에 몇 번씩 시신을 보고 사인을 조사하는 건 힘든 일이다. 안타까운 죽음을 대면할 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더욱 심하지 않을까. 그는 “피해자의 사연보다는 죽음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사망한 사람 모두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에요. 물론 비상식적인 사건이나 몰라도 되는 죽음,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면 힘들 때도 있죠. 하지만 현장에서 최대한 명확한 사인을 밝히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인 동시에 고인과 유족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00건의 사망 사건 중 사인이 모호한 1~2건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사실 검시조사관이 김 동문의 꿈은 아니었다. 그는 공대생이었다. 모교에서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삼성SDS에 입사해 기술영업직으로 근무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입사한 지 3년 만에 간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도 심했다. 하지만 그는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국립의료원 간호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중 경찰청 검시조사관 채용 공고를 마감 하루 전날 보게 됐고, 서둘러 낸 지원서가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대형병원 간호사와 공무원의 연봉 차이는 컸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결정을 내렸고 지금도 후회는 없다고 한다.

김 동문은 자신의 일에 보람과 사명감을 느낀다. 언젠가 유족들이 그에게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했을 때, 어려운 사건에서 사인을 규명해 수사에 도움이 됐을 땐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김 동문과 같은 검시조사관은 전국에 250여명이 있다. 2005년 16명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전국에서 일어나는 사망 사건을 감당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숫자다. 그는 검시조사관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현장을 위한 검시법이 생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검시조사관의 운영과 권한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검시법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현장 위주의 체계적인 검시법이 만들어지면 수사의 효율성이 높아질 겁니다. 검시조사관이 처음 도입된 15년 전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검시조사관들도 그에 맞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더욱 공부하고 노력해야겠죠.”

글=이문수 학생기자

사진=이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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