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주민등록 기준 100세 이상 인구가 2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기대수명도 2009년 대비 3.5년 증가한 82.7년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제는 ‘100세 시대’도 더 이상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유전자 편집이나 세포 조작 같은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암을 비롯한 난치병 치료가 전보다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세포를 항암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지금, 생명공학 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차세대 바이오 스타트업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큐리오시스’의 대표이사 윤호영 동문을 만났다.
세포를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세포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 최근 장비 수요가 늘면서 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필요로 하는 곳 역시 증가하고 있다. 큐리오시스는 이들 부품과 기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개발한다. 한양대, 서울대, UNIST 등 국내 유수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 이전 및 공동 개발을 진행해왔다. 국내외 연구 기관, 기업과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2015년 설립 후 5년 만에 20개국 40여개 거래처에 바이오 의료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큐리오시스가 생산하는 생명공학 장비는 크게 △진단기기 △세포전처리기기 △세포분석기기로 나뉜다. “병원에서 질병 진단에 쓰는 세포 기반 진단기기는 국내에서 상용화된 예가 많이 없어요. 저희는 그중 혈액 진단기를 개발 중이고 2021년 병원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 큐리오시스가 보유한 세포전처리 기술은 감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합니다. 혈액을 투입하면 즉각 백혈구나 혈장을 분리해내는 기술로, 오랜 연구 끝에 결실을 맺어 올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죠. 세포 분석과 진단 양쪽에 필수 장비가 될 겁니다.”
큐리오시스의 세포분석기기 셀로거(Celloger) 시리즈 중 ‘셀로거 미니’는 큐리오시스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작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굿디자인어워드’에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수상한 것. “셀로거 시리즈는 살아 있는 세포의 변화를 인큐베이터 속에서 자동으로 모니터링하는 장비입니다. 세포 기반 항암제 연구나 세포치료제 개발에 유용해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셀로거 미니는 스테이지 탑재형 제품 중 세계에서 가장 크기가 작아요. 여러 대를 동시에 인큐베이터에 탑재할 수 있어서 생물학 실험실과 기업 연구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죠.”
이러한 성과를 가능하게 만든 큐리오시스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신속한 제품 개발 프로세스와 분야별로 특화된 고급 인력이다. 경쟁사가 평균 2년은 걸리는 신제품 론칭을 큐리오시스는 두 배 이상 빠른 6개월여 만에 해낸다. 장비의 핵심 부품을 100% 인하우스 체제로 생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바이오 업계는 제품 하나를 만들어내고 시장에 나가 테스트를 거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속도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큐리오시스는 전문 인력이 제품별 개발 프로세스를 담당하고 있어, 외주 없이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 바이오칩 제조 기술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한양대 최성용(99.기계) 교수팀과 개발한 백혈구 분리 장치가 그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전혈을 이용해 면역세포를 분리시키는 기술인데, 기존 방법으로는 양산이 어려웠습니다. 이 바이오칩 생산을 위한 정밀 금형·사출 기술을 3년 만에 개발해 올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윤 대표는 평소 눈에 보이는 기기나 장비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대학원 시절부터 실험에 필요한 기기나 장비를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만든 장비로 실험에 성공했을 때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창업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원래는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을 마치고 미국 바이오 회사에 취업할 예정이었어요. 어느 날 우연히 미국의 한 대학에서 공동 연구 제안을 받고 연구 자금을 마련하려고 정부 지원금 신청을 여러 군데 넣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예 창업을 해서 연구를 확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Cytoneers, Inc.’라는 R&D 회사를 미국에 차렸죠. 이게 지금 큐리오시스의 모태가 됐습니다.”
인류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미래를 이끌어갈 산업으로 평가 받는 바이오산업. 이 분야의 차세대 벤처 CEO로서 윤 대표의 경영 철학은 남다르다. “인내심과 사명감이 중요합니다. 산업 특성상 아이디어가 실현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거나, 겉보기에 찬란한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힘듭니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면서도 선제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 환경을 갖춰야 합니다.”
4년 전 불과 2명이서 시작한 이래 수출액 8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큐리오시스는 올해 더 큰 성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용인에 1200평 규모의 자가 공장을 준공했습니다.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공장을 고도화, 안정화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한 올해 안에 세포치료제 제조 장비를 첫 출하시키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입니다. 대학생이 가장 먼저 원서를 내는 기업. 제가 꿈꾸는 큐리오시스의 미래입니다.”
글=김이재 학생기자
사진=최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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