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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공익법인 십시일방 대표 2023-07-19 10:47:57
작성자  동문회보 webmaster@hanyangi.net 조회  966   |   추천  175

자립준비청년의 홀로서기 돕는 사회적기업가

 

이호영 공익법인 십시일방 대표


 



 

십시일반(十匙一飯). 밥 열 숟가락이 모여 한 그릇이 된다는 뜻으로, 여럿이 힘을 합치면 한 사람을 도울 수 있음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익숙한 말이지만 생업에 치여, 혹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일상 속에서 그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 남다른 아이디어로 단발성 봉사의 한계를 넘어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취약계층 대학생에게 식권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십시일밥’의 창립자이자, 자립준비청년의 주거와 교육을 돕는 공익법인 ‘십시일방’의 이호영 대표다.

학부 시절 이 동문은 수업을 들으며 이윤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경영학적 관점에 회의를 느꼈다. 기업보다는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2014년 학내 동아리 십시일밥을 결성했다. 이 동문 포함 39명이 공강을 활용해 학생식당 설거지와 청소를 돕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형편이 어려운 학우에게 기부했다.

 

이들의 활동은 국내 주요 언론에 보도돼 ‘교내근로와 기부를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자원봉사’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타 대학에도 지부가 하나둘 생기면서 십시일밥은 전국 30개교(2020년 기준)가 참여하는 대학생 비영리 단체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봉사자만 6000명 이상, 누적 20만장이 넘는 식권이 십시일밥의 이름으로 전달됐다.

이 동문은 십시일밥을 대학생의 단체로 남겨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2017년 졸업과 함께 대표직을 내려놨다. 같은 해 4월 모교 교직원으로 입사한 그는 사회혁신센터에서 사회적기업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십시일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비슷한 꿈을 꾸는 후배들을 돕는 일은 큰 보람이었다.

 

그러나 이 동문은 재직 2년차에 퇴사를 결심했다. 미래가 정해진 삶보다는 십시일밥을 첫 단추 삼아 자신만의 브랜드와 서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십시일방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도 이즈음이다. 그는 비영리 단체의 체계적 운영과 펀드레이징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퇴사 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정책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십시일밥이 식(食)에 중점을 뒀다면 십시일방은 주(住)가 테마다. ‘밥’ 대신 ‘방(房)’이라는 글자가 붙은 이유다. 그는 주거 취약계층에 주목했다. 보증금이 없어 높은 월세를 내고 쪽방촌을 전전하는 이들을 지원할 법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십시일방 설립의 큰 꿈을 안고 2020년 5월 귀국했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1년 6개월간 투자자를 찾아다닌 끝에 마침내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BC카드였다. 그들은 십시일밥부터 이어진 이 동문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3억원을 기부했다. 청년 문제 해결에 일조하려는 BC카드의 의지가 더해져 십시일방의 첫 지원 대상은 자립준비청년으로 정해졌다.

자립준비청년은 부모 등 보호자의 부재 또는 학대로 양육시설에 맡겨지거나 가정위탁 형태로 생활하다 만 18세―당사자가 보호 연장을 희망하면 24세―에 독립하는 청년을 일컫는다. 십시일방은 1년에 10명의 자립준비청년을 수혜자 ‘방친’으로 선발해 일정 한도 내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한다. 집은 방친 각자가 원하는 곳으로 고르되, 집을 보고 계약서를 쓰는 모든 과정에 십시일방 관계자가 함께한다. 계약도 방친이 아닌 법인 명의로 한다. 또 방친의 실질적 자립을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기 위한 금융 교육부터 요리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 진로 탐색과 문화예술 체험까지 다양하다.

첫 방친을 뽑아 지원한 지난 1년간 십시일방은 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올해 2월 졸업한 1기 방친의 절반 이상이 진학, 취업 등 저마다 목표를 이뤘다. 지금은 BC카드의 추가 기부에 힘입어 상향된 보증금으로 2기생이 거주 중이다.

이 동문은 모교의 자원과 네트워크 덕분에 자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십시일방은 수익성 사업을 하지 않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BC카드로부터 금전적 후원은 받았어도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콘텐츠를 확보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그는 이러한 어려움을 모교와 긴밀한 연계로 상당 부분 해소했다. 금융 교육은 2015년 이 동문이 모교에 설립한 대학생 무금리 대출 금융협동조합 ‘키다리은행’에 부탁했고, 십시일방 홍보는 경영대학 마케팅 동아리 ‘인라이튼’의 손을 빌렸다.

직접 만나본 이 동문은 뚜렷한 비전과 실행력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가는 낭만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십시일방 대표 외에도 모교 겸임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제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첫째 나의 행복을 위해 쓰고, 그 행복이 충족된 다음에는 내가 가진 것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쓰라고요. 십시일밥과 십시일방을 운영하면서 ‘사랑의 실천’은 단순한 레토릭(미사여구)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만든 네트워크가 어떻게 타인을 돕고, 그 도움이 얼마나 큰 힘으로 다시 돌아오는지 경험했거든요. 앞으로 또 다른 ‘십시일○’을 통해 저만의 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게 제 행복이고 성공이에요.”

글=박주혁 학생기자

사진=최윤원 기자

 

[출처] 이호영 공익법인 십시일방 대표|작성자 한양대동문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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