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고효율 태양광 발전설비의 선두 주자, 매출 '1조 클럽' 목표
안강순 윌링스 대표이사
얇은 겉옷으로 갈아입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피부에 닿은 햇빛이 뜨거워졌다. 일조량이 대폭 증가하는 5~6월은 태양광 발전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주택부문 신재생에너지 보급 동향과 설비 설치 가구의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한 국내 가구 33만 8000곳 중 87%가 태양광을 선택했다. 연구원의 설명을 빌리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설치가 쉬우면서 비용은 적게 들고 지원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의 발전설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동문 강소기업이 있다. 바로 안강순 대표이사가 운영하는 ‘윌링스’다.
안 대표와 태양광 산업의 인연은 모교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사과정을 공부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LS산전에서 태양광 모듈 생산·설치 업무를 담당했다. 퇴사 후 동료들과 함께 태양광 전력변환장치를 만드는 회사의 기술 총책임자로 5년간 일하기도 했다. 국내 태양광 산업 태동기부터 쌓아온 실력과 인지도 덕분에 2003년 윌링스를 창업하고 얼마 안 지나 각종 연구개발과 위탁개발을 맡으면서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설립 당시 불과 2명이었던 직원 수도 지금은 100명 넘게 늘어났다.
윌링스의 주력 사업은 크게 태양광 인버터와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저장장치), ESS용 PCS(Power Conditioning System·전력변환장치)로 나뉜다. 태양광을 받은 태양전지에서 생성되는 전기는 직류 전력이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기는 교류 전력이다. 따라서 가정용 전기를 생산하려면 태양광 발전소에서 한전으로 송전할 때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요한 장치가 태양광 인버터다. “출력 손실 없이 전지가 받은 태양광만큼의 전력을 뽑을 수 있도록 전지의 최대 전력을 제어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전 전기에 병렬로 연결해 전기를 보충하는 역할도 합니다. 전력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형 발전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SS는 낮에 생산해둔 전력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없는 밤 시간대에도 공급이 가능하도록 전력을 비축한다. 이 ESS를 충·방전하는 장치가 ESS용 PCS다.
윌링스의 강점은 대용량 설비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이 난립하는 소용량 시장 대신 안 대표는 대용량에 집중했다. 윌링스는 세계 최초로 2MW급 멀티스트링 타입 인버터를 출시했다. 대표 인버터 제품군 ‘SL-B Series’는 250kW부터 2MW까지 전 용량 옥내형과 옥외형 버전을 생산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750kW짜리 인버터 2대를 이어 1500kW를, 1500kW 2대를 이어 3000kW를 만들 수 있습니다. 소용량을 병렬로 연결해 얼마든지 다양한 용량의 발전설비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태양광 설비가 날로 대형화되는 업계 추세에 힘입어 윌링스는 대용량 시장 점유율 30~40%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적 강점을 살려 태양광 외 분야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력변환장치 제조업체 ‘갑진’과 244억원 규모의 통신용 배터리팩(기지국 정전 시 직류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작년 윌링스 매출액의 57%에 달하는 규모다. 태양광이 아닌 영역에서도 큰 매출원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윌링스가 만든 배터리팩은 일본 내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전기밥솥 브랜드 ‘쿠쿠’에도 윌링스의 기술력이 녹아 있다. 쿠쿠에 내장된 유도가열 인버터를 2008년부터 꾸준히 납품해왔다. 또 대형 선박의 평형수에 섞여 유입되는 해양생물이나 오염물질을 전기분해로 제거하는 선박수 처리 시스템 전력제어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이뤄냈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용인시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올해 3월에는 ‘제47회 상공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안 대표는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직원 모두가 열심히 해준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20여년 가까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산전수전을 겪었지만 언제나 가장 큰 고민은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을 뽑고 가르치는 것도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을 만나 오래도록 함께 일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에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이 우리 회사의 잠재력을 높이 보고 많이 지원했으면 합니다.”
그의 가장 큰 목표였던 코스닥 상장에 이어 올해 2월에는 모교 대학원 전자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일과 병행하느라 공부를 시작하고 10년 만에 학위를 받았다고. 남은 목표는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 나아가 국내 1위와 전 세계 1위 기업에 등극하며 ‘1조 클럽’에 입성하는 것이다. “사업은 자전거 타기와 같아서 멈추면 넘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아가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구성원들과 한마음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안 대표. 차세대 전기자동차 부품부터 전력 표준화 계량기, 한전 계통 노이즈를 안정화하는 자동화장치까지. 그의 머릿속은 실현될 날만을 기다리는 수많은 미래 계획들로 가득 차 있다.
글=김채린 학생기자
사진=최윤원 기자
[출처] 안강순 윌링스 대표이사|작성자 한양대동문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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