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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하윤주 2020-01-29 14:15:20
작성자  총동문회 webmaster@hanyangi.net 조회  546   |   추천  31

                                                                                                      “현대적 감성으로 만나는 전통 가곡” 

‘정가 보컬리스트’의 비상(飛上)      

                                                                                 국악인 하윤주      

 

 

    

                                                           

분명 우리의 소리인데 어딘가 낯설다. 낯선 곡조에 얹어진 긴 호흡은 마치 멈춰진 시간 속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국악의 한 갈래인 ‘정가’가 주는 신선함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정가는 실제 전공자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희소성이 강한 장르다. “국악 전공자가 100명이라고 하면 그중 판소리는 3명, 정가 전공은 한 명이 있을까 말까 할 정도예요.” 낯선 정가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여러 가지 시도를 보여주는 이가 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하윤주 동문이다.

정가는 옛 선조들이 지었던 시조를 가사로 한다. 주로 궁중이나 양반층에서 즐겨 불렀다. 짧은 시를 노래하기 때문에 단어 한 음절을 길게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희로애락을 분출하는 판소리와 달리 절제된 감정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음악으로만 표현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시의 내용과 정서를 또 다른 방법으로 듣는 이에게 전달한다는 점이 정가의 매력이에요.”

하 동문과 정가의 만남은 운명처럼 시작됐다. 초등학교 시절 국악 수업을 듣고 우리 가락의 멋에 반해 중학교 때까지 취미로 노래를 배웠다. 한창 정가에 푹 빠져 있던 그때 국악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공고를 보고 진학을 결심했다. “입학하고 보니 저랑 제 친구 두 명만 정가 전공이었어요. 이런 음악은 내가 먼저 찾지 않는 한 접할 기회가 자주 없는 것 같아요. 정가라는 장르를 알려주고 가르쳐주신 선생님을 만난 게 엄청난 인연이었죠.”

졸업 후 국립국악원 정악단 준단원, 퓨전국악그룹 ‘퀸’의 보컬로 활동했던 그는 음악극 ‘적로: 이슬의 노래’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적로는 일제강점기 대금 명인 박종기와 김계선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삶에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 음악극이다. 하 동문은 비밀에 싸인 여주인공 ‘산월’ 역을 맡아 맑은 목소리로 생생한 감정을 전달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2017년 초연, 2018년 재연의 인기에 힘입어 이번 달 6일부터 29일까지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열리는 세 번째 무대에 출연하고 있다.

그에게 ‘적로’는 단순한 공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적로를 만나기 전 하 동문은 국립국악원에서 ‘이생규장전’과 ‘황진이’ 등 다양한 작품 속 크고 작은 배역을 꾸준히 맡았다. 그렇게 쌓인 내공은 마침내 적로에서 빛을 발했다. “적로는 제 인생작이에요. 먼 미래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도 적로일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작년 KBS 국악대상에서 가악상을 받았고, 올해 8월 제 첫 앨범인 ‘추선’도 발매했어요. 작은 묘목이 가지치기하면서 큰 나무로 자라듯이 저 또한 ‘적로’에서 가지치기하며 크게 성장했기에 특별한 작품이죠.”

하 동문의 첫 음반 추선은 가을 부채란 뜻으로, 사랑하다 버려지는 쓸쓸한 여자의 마음을 담은 10개 곡으로 구성됐다. 적로의 작곡가 최우정과 극작가 배삼식이 각각 작곡과 작사를 맡았다. 추선은 국악기가 아닌 피아노 선율 위에 한국 전통 창법을 더해 조금 더 친숙한 형태로 대중에게 다가간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색을 담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온 하 동문의 노력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평소 제가 지닌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추선을 작업하게 됐어요. 올 하반기 추선을 중심으로 여러 활동을 했는데, 지난달에는 독일에서 앨범을 발표하고 일본 쇼케이스도 마쳤어요.”

판소리나 민요를 부르는 사람을 ‘소리꾼’이라 하고 정가를 부르는 사람을 ‘가객’이라 한다. 그러나 하 동문은 본인을 ‘정가 가객’이 아닌 ‘정가 보컬리스트’라고 소개한다. 이 말에는 전통의 정가와 현대의 보컬리스트라는 이중적 의미가 결합돼 있다.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현대 음악을, 저만의 소리로 표현해낼 수 있는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어서 스스로 ‘정가 보컬리스트’라 말해요. 전통을 잘 살리면서도 요즘 시대에 녹아드는 음악을 만드는 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어요.”

댄스, 발라드, 힙합 등 눈 깜짝할 사이 트렌드가 바뀌는 최근 음악 시장에서 전통 음악의 가치는 무엇일까. 하 동문은 “오히려 유행을 타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전통이라는 뿌리 깊은 자리가 있기에 급변하는 문화 속에서도 중심을 지킬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정가 그리고 국악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우리 정가를 지켜나가며 더욱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하 동문. 그는 물과 같은 존재로서의 정가 보컬리스트를 꿈꾼다. “물은 무취무향의 순수한 존재인데 담는 그릇이나 온도 변화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잖아요. 저도 물처럼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또 물은 없어서는 안 되잖아요.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꾸준히, 열심히 음악을 계속해나갈 거에요.”

글=김이재 학생기자

사진=프로덕션 고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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